2016.01.23
살다살다 이런 일을 다 겪어본다.
열흘 전 갑자기 제주도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를 꼬셔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했다.
게스트하우스는 나중에 시간 많을 때 가자며 켄싱턴호텔을 예약하고 수영복도 샀다.
얼마 전 잠깐만이라도 일하자고 들어간 회사가 안 맞는 것 같아 요즘 부쩍 고민이 많고 괴로웠는데
일주일 동안 제주도만 생각하며 겨우 버텼다.
1박 2일 도깨비 여행이지만 그 후에는 이 여행을 추억 삼아 또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
제주에 기록적인 폭설이라니.
추운 바람도, 흐린 하늘도 난 다 좋았는데 아예 서울을 떠날 수가 없게 됐다.
발권을 끝낸 직후였던 이 때만 해도 너무 즐거웠지.
오후에 수영할 생각을 하며.
탑승장에 올라와보니 출발 시간 미정.
이런 상황은 베니스에서도, 리옹에서 영국을 갈 때도 겪어 봤기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.
'두 시간 정도 기다리면 곧 뜨겠지.'
예상보다 길어져 탑승시간이었던 11시 20분에서 거의 3시간이 지난 2시 쯤 되어서야 탑승을 했다.
그런데 출발을 안 해ㅋㅋㅋㅋㅋ
두 시간을 기내에서 대기하다가 결국 결항.
탔던 비행기에서 내려보긴 처음이었다. 아이고
아침부터 5시가 다 되는 시간까지 먹은 거라고는 음료 반 병과 커피번 반 쪽 뿐이라 너무 배가 고팠다.
환불 절차만 밟고 롯데몰로 달려가서 밥부터 먹고 레베카베이커리에서 후식.
(그렇게 속상한데도 케이크는 맛있었다... 나란 인간...)
우리 바르셀로나 여행 가려고 했을 때도 파업 때문에 결항이었는데,
항상 참 스펙타클하네.
일주일동안 상상 여행 많이 했노라며,
2016년 액땜 시원하게 했노라며 서로를 위로했다.
비행기 결항으로 5000명 승객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는 기사를 보며
그래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기사의 한 사람이 되어 보겠냐며 웃었다.
그래도 다음부터는 평탄한 여행을 하고 싶다.
제주도 언제 가지. 2월이나 3월로 다시 예약해야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