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2년은 나에게 참 잔인하고도 행복했던 한 해.
1차면접에서 이렇게 보완만 하면 좋을 것 같다는
면접관님들의 조언과 응원을 받고도 2차면접에서 허무한 탈락.
하루 놀러가자는 생각으로 떠났던 여수에 그대로 머무르게 되었다.
먹먹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해 펑펑 울었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준 고마운 친구.
함께 향일암에 갔었다.
위로하러 와준 친구의 취직 소식을 듣고 너라도 돼서
정말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.
이런 귀여운 그림도 보았지. 초등학생들의 작품.
여수생활을 하면서 아쿠아리움에 딱 두 번 갔었다.
수많은 생물들 앞에서 감탄했지만,
'벨루가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'는 소식이 항상 들려와 마음이 아팠던 장소.
수족관과 동물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.
이 날은 햇빛이 굉장히 강해서 밖에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였는데
그래도 휴무가 아까워 혼자 나갔다.
푸르고 아름다웠던 여수 바다.
검은모래해변.
버섯같은 파라솔이 귀여웠다.
하늘에서 폭죽이 펑펑 터지고 장범준의 여수밤바다가 울려퍼지던 날.
눈앞에서 터지는 폭죽을 보니
연인들이 왜 불꽃놀이축제를 그렇게 가는지 알 것 같았다.
옆에 누가 있어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슴이 두근두근 설렜다.
그렇게 좋아하는 바우터하멜의 공연도 두 번이나 봤다.
빅오쇼.
아이고 그립다.
빅오쇼를 보던 중 친구가 애정을 담아 찍어준 사진ㅎㅎ
암울하게 시작한 여수 생활이었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좋았고 일도 즐거웠다.
행복한 일만 있었겠냐마는...
사진을 보면서 '이런 일도 했었구나. 여기도 갔었지'하고 떠올려 보니 참 남다른 추억이다.
이 시기에 여행도 많이 했고 이 때 만난 몇몇 동생들과는 아직도 얼굴을 보며 지낸다.
그러고보니 친구들도 그 먼 여수에 날 보러 많이도 와줬다.
새로운 인연도 생기고 친구들의 고마움도 새삼스레 알게 되었으니
좋은 경험이었다 싶네.
일할 땐 다시 여수에 올 일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
이제서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.